어린 자녀를 버리고 연락도 끊었던 부모가, 수십 년 뒤 그 자녀가 사망하자 나타나 유산과 사망보험금을 요구합니다. 실제 가수 고(故) 구하라 씨의 사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예전 법으로는 이런 부모의 상속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 부조리를 바로잡은 것이 구하라법입니다. 2026년 1월 31일부터 시행된 이 법으로, 부모라도 자격이 없으면 상속에서 배제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법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구하라 씨의 유족을 대리하며 입법을 이끈 사람이,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법을 가장 잘 아는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구하라법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구하라법은 별도의 특별법이 아니라, 민법에 새로 들어온 제1004조의2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렸거나, 학대·범죄 같은 심히 부당한 행위를 한 상속인에 대해서, 가정법원이 상속권을 잃게 하는 선고를 할 수 있습니다. 부모라는 지위만으로 당연히 상속받던 과거와 달리, "받을 자격이 있느냐"를 법원이 따지게 된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 상속권을 잃나요?
상속권 상실 사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린 경우입니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방치한 부모가 대표적입니다
- 중대한 범죄·부당한 대우: 피상속인이나 그 배우자·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입니다. 학대·폭력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주로 부양을 저버린 부모(직계존속) 를 겨냥한 제도이지만, 사유에 해당한다면 다른 상속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상속결격'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혼동하기 쉬운 것이 이미 있던 상속결격(민법 제1004조)입니다. 둘 다 상속을 못 받게 한다는 점은 같지만,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 구분 | 상속결격(제1004조) | 상속권 상실 선고(구하라법·제1004조의2) |
|---|---|---|
| 사유 | 피상속인 살해·상해치사, 유언 방해·위조 등 | 부양의무 중대 위반, 학대 등 심히 부당한 대우 |
| 발생 방식 | 사유가 있으면 당연히·자동으로 상실 | 반드시 가정법원의 선고가 있어야 상실 |
| 취지 | 극단적 패륜 행위 | "키우지도 않고 상속만" 하는 부조리 차단 |
즉 구하라법은, 상속결격만으로는 막지 못하던 '양육은 저버리고 상속만 챙기는' 경우를, 법원의 판단을 거쳐 배제할 수 있게 넓힌 것입니다.
어떻게 상속권을 박탈하나요?
상속권 상실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 ① 피상속인의 유언으로: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의 상속권 상실 의사를 남겨 둘 수 있습니다. 사망 후 유언집행자가 가정법원에 상실을 청구합니다
- ② 유언이 없으면, 공동상속인의 청구로: 유언이 없어도 공동상속인이 그 사유와 상속 개시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정법원의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해 상속권을 잃습니다(제1004조의2 제6항).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취급되는 셈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도 적용되나요?
시행일 이후의 일만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개정 규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로서, 시행 전에 부양의무 위반 등의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즉 그 사이에 부모가 사망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은 사안이라도, 2026년 1월 31일부터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여지가 열려 있습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해당한다고 생각되면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이라는 기한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법인 존재는 이렇게 봅니다
구하라법은 '부모니까 당연히 상속'이라는 오랜 상식을 '자격 있는 상속' 으로 바꾼 제도입니다. 다만 상속결격처럼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부양의무를 얼마나 중대하게 저버렸는지를 법원에 입증해야 상실 선고가 나옵니다. 오랜 세월 연락을 끊었던 정황, 양육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은 사실 같은 증거를 어떻게 모아 구성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는 2020년 고 구하라 씨의 유족을 대리하며 구하라법 입법을 이끈 장본인입니다. 10만 명의 국민 동의를 모아 국회의 문을 두드렸고, 한 차례 법안이 폐기되는 좌절 끝에 2024년 마침내 법을 완성시켰습니다. 법이 왜 만들어졌고 법원이 무엇을 보는지를, 그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한 사람의 눈으로 압니다. (관련 보도: 한국일보 인터뷰 — 구하라·박수홍 변호사가 말하는 가족의 의미)

그 관점으로, 법무법인 존재는 구하라법 사안을 유언 설계 단계(공정증서 유언으로 미리 대비)부터 사후 상실 청구의 입증까지 함께 봅니다. 짧은 6개월의 청구 기한 안에 필요한 증거와 논리를 갖춰, 남겨야 할 사람에게 남기고 자격 없는 사람을 배제하도록 돕습니다. 그 설계가 상속의 시작입니다.
상속은 핏줄이 아니라 관계와 책임의 문제다. 키우지 않은 부모에게, 법은 이제 자격을 묻는다.
자주 묻는 질문
어릴 때 저를 버린 부모가 제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막을 수 있나요?
2026년 1월 31일 시행된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린 부모에 대해, 공동상속인이 사유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선고가 있어야 하므로, 부양을 저버린 사실에 대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구하라법은 이미 사망한 경우에도 적용되나요?
2024년 4월 25일 이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라면, 시행 전에 있었던 부양의무 위반 등에 대해서도 2026년 1월 31일부터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이전에 개시된 상속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상속결격이 있는데 구하라법은 왜 또 필요한가요?
기존 상속결격(민법 제1004조)은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유언을 방해·위조한 극단적 경우에만, 그리고 자동으로 상속을 배제합니다. 반면 '자녀를 키우지 않고 방치한' 부양의무 위반은 결격 사유에 없었습니다. 구하라법은 이 빈틈을 메워, 법원의 선고를 통해 부양을 저버린 상속인을 배제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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