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10년을 부부처럼 함께 산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관계가 끝나거나 한쪽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사람은 뒤늦게 묻습니다. "우리도 부부인데, 재산은? 상속은?" 여기서 많은 분이 크게 오해합니다. 사실혼은 살아서 헤어질 때와 죽음으로 헤어질 때의 결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실혼이 무엇이고, 헤어질 때 무엇을 받을 수 있으며, 사망하면 왜 상속을 못 받는지, 그 대비책은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사실혼이란 무엇인가요?
사실혼은 혼인하겠다는 의사와 실제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은 있으나,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관계입니다. 단순히 함께 사는 동거와는 다릅니다.
법원은 ① 혼인의 의사가 있었는지, ② 사회통념상 부부로 인정될 만한 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결혼식을 올렸는지, 생활비를 함께 부담했는지, 주변과 가족이 부부로 알고 있었는지 같은 정황이 판단 근거가 됩니다. 그래서 사실혼을 주장하려면 이 '부부로서의 실질'을 입증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헤어지면 재산은 나눌 수 있나요?
네, 나눌 수 있습니다. 사실혼이 인정되면, 두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관계를 해소할 때는 법률혼의 이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함께 형성한 재산에 대해 이혼의 재산분할 규정을 유추 적용하는 것입니다.
또 한쪽이 정당한 이유 없이 관계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면,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손해배상) 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부모나 제3자가 부당하게 관계를 깨뜨린 경우 그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위자료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므로, 파기 사실과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파기된 날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766조).
한쪽이 사망하면 상속을 받나요?
여기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이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을 받지 못합니다.
우리 법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상속권을 인정합니다. 아무리 오래 부부처럼 살았어도, 혼인신고가 없으면 상속인이 아닙니다. 2024년 헌법재판소도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더 뼈아픈 점이 있습니다. 사망으로 사실혼이 끝난 경우에는 '재산분할 청구'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살아서 헤어지면 재산분할을 받지만, 상대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그 길마저 막히는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했는데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그럼 사망 시에는 아무것도 못 받나요?
전부 막힌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대안적 보호장치가 있습니다.
- 주택임차권 승계: 세 들어 살던 집이라면,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함께 살던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권을 승계합니다. 상속인이 있어도 함께 살지 않았다면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 친족이 공동으로 승계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 유족연금: 민법상 상속은 안 되지만,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산재보험 등 여러 법에서 사실혼 배우자도 유족연금 수급자로 인정합니다. 다만 상대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중혼적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제외되고,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는 별도 절차(사실상혼인관계존재확인 등)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특별연고자 재산분여: 사망한 사람에게 4촌 이내 친족 등 법정상속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사실혼 배우자가 가정법원에 상속재산의 분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57조의2). 방계혈족이라도 상속인이 있으면 이 청구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장치일 뿐, 법률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함께 낳은 자녀는 어떻게 되나요?
사실혼 중 태어난 자녀는 혼인외 출생자가 됩니다. 어머니와는 출산으로 친자관계가 인정되지만, 아버지와는 '인지'가 있어야 법적 친자관계가 생깁니다. 인지가 되면 자녀는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고,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부모의 사실혼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의 권리는 인지로 확보됩니다.
법무법인 존재는 이렇게 봅니다
사실혼의 핵심은 "살아서는 부부에 준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남이 될 수 있다" 는 냉정한 비대칭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지내다, 평생을 함께한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야 상속에서 배제된 자신을 발견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법무법인 존재는 사실혼 관계에서 생전 해소라면 재산분할·위자료를 최대한 확보하고, 무엇보다 사망이라는 위험에 대비한 설계—유언, 생전 증여, 보험 수익자 지정, 필요하다면 혼인신고 자체—를 함께 봅니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윤지상 변호사의 관점으로, 관계의 실질을 입증하고 훗날의 빈틈을 미리 메웁니다.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준비의 유무가, 남는 사람을 지킵니다.
사실혼은 살아서는 부부지만 죽음 앞에서는 남이 될 수 있다. 감정이 아니라 서류가, 남겨질 사람을 지킨다.
자주 묻는 질문
혼인신고만 안 했을 뿐 오래 함께 살았는데, 헤어지면 재산을 나눌 수 있나요?
사실혼이 인정되고 살아 있는 동안 관계를 해소하는 경우라면, 법률혼의 이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함께 형성한 재산에 이혼의 재산분할 법리가 유추 적용됩니다. 다만 사실혼의 '부부로서의 실질'을 입증하는 것이 전제이므로, 관련 자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혼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을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없습니다. 상속권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인정되며, 2024년 헌법재판소도 이를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사망으로 사실혼이 종료된 경우에는 재산분할 청구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유언·증여·보험 수익자 지정 등으로 미리 대비해 두어야 합니다.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상속은 어떻게 되나요?
자녀는 부모의 사실혼 여부와 무관하게 보호받습니다. 다만 아버지와의 법적 친자관계를 위해 인지가 필요하며, 인지가 되면 자녀는 아버지의 상속인이 되고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인지하지 않으면 인지청구의 소로 친자관계를 확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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