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자녀에게 어떻게 넘길지 고민하다 보면, 유언장 말고 다른 길은 없는지 묻게 됩니다. 그 대안으로 요즘 자주 거론되는 것이 유언대용신탁입니다. 그런데 "분쟁 없이 깔끔하게 넘긴다"는 소개만 믿고 설계했다가, 정작 유류분이라는 복병을 만나 소송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이 무엇이고, 유언장과 어떻게 다르며, 유류분과 상속세 앞에서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짚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이란 무엇인가요?
유언대용신탁은 살아 있을 때 재산을 수탁자(신탁회사 등)에게 맡겨 두고, 위탁자가 사망하면 미리 정해 둔 수익자에게 그 재산이 넘어가도록 설계하는 신탁입니다(신탁법 제59조). 이름 그대로 '유언을 대신하는' 신탁입니다.
생전에는 위탁자가 신탁재산에서 나오는 이익을 받다가, 사망하는 순간 자녀 등 지정해 둔 수익자가 그 자리를 잇는 구조가 대표적입니다. 유언장이 사망한 뒤에야 효력이 생기는 것과 달리,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을 맺는 즉시 재산 관리가 시작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유언장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가장 큰 차이는 방식의 엄격함입니다. 유언장은 민법이 정한 다섯 가지 방식과 형식을 정확히 지켜야 하고, 요건 하나만 어긋나도 통째로 무효가 됩니다(민법 제1065조). 자필유언에 주소를 빠뜨려 전부 무효가 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무효가 되는 함정은 유언장 작성법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이런 요식성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계약서에 조건을 촘촘히 담을 수 있어, "자녀가 서른이 될 때까지는 생활비만 지급하고 이후 원금을 넘긴다"처럼 시점과 조건을 나눈 설계가 가능합니다. 위탁자가 치매 등으로 판단 능력을 잃어도 수탁자가 재산을 관리하므로, 노후의 재산 관리 빈틈을 메우는 장치로도 쓰입니다.
유류분을 피할 수 있나요?
여기서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유언대용신탁을 '유류분을 피하는 묘수'처럼 소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원의 판단은 아직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유류분은 법이 상속인에게 보장하는 최소한의 몫으로, 유언이나 증여로도 함부로 빼앗지 못합니다(민법 제1112조. 대상과 계산은 유류분 정리에서 다뤘습니다). 쟁점은 신탁으로 넘긴 재산이 이 유류분을 계산하는 기초재산에 들어가느냐입니다. 법원의 결론이 정반대로 갈립니다.
- 신탁재산은 수탁자에게 넘어갔으니 유류분 기초재산이 아니라고 본 판결(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7가합408489)
- 반대로 신탁재산도 특별수익에 해당해 유류분 반환 대상이라고 본 판결(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20가합100994)
- 신탁재산이 사인증여와 유사하다며 유류분 산정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4년)
이렇게 하급심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법원이 확정한 판례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최근 흐름은 '유류분 대상이 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특히 위탁자가 살아 있는 동안 신탁 수익을 직접 받고 언제든 계약을 해지·변경할 수 있는 형태라면, 사실상 위탁자의 재산이나 다름없어 유류분 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유류분을 계산에 넣지 않은 채 특정 자녀에게 신탁으로 재산을 몰아주면, 다른 상속인의 반환 청구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상속세는 줄어드나요?
줄어들지 않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세 절세 수단이 아닙니다. 위탁자가 사망해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이 넘어가는 시점에, 일반 상속과 똑같이 상속세가 매겨집니다(상속세및증여세법 제9조에 따른 신탁재산 과세). 신탁을 거쳤다는 이유로 세금이 깎이지는 않습니다.
세금을 줄이려면 사전증여나 공제를 따로 설계해야 하는데, 그 방향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잡힙니다. 신탁은 '세금을 아끼는 도구'라기보다 '누구에게 어떻게 넘길지를 정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어떤 경우에 유용한가요?
그럼에도 유언대용신탁이 제 몫을 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 유언장 무효가 걱정될 때: 방식 요건을 지키기 어렵거나, 유언의 진정성을 두고 다툼이 예상될 때
- 생전부터 관리가 필요할 때: 고령·질병으로 재산을 직접 챙기기 버거운 경우
- 조건을 세밀하게 걸고 싶을 때: 미성년 자녀에게 시기를 나눠 지급하거나, 장애가 있는 자녀의 생활을 오래 보장하고 싶을 때
어떤 경우든 유류분과 상속세를 함께 계산해 두지 않으면, 좋은 취지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법무법인 존재는 이렇게 봅니다
유언대용신탁을 찾는 분들은 대개 '다툼 없는 승계'를 바랍니다. 그런데 신탁은 그 자체로 분쟁을 없애 주는 장치가 아니라, 설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도구입니다. 유류분을 고려하지 않은 신탁은 오히려 소송을 부르고, 세금을 오해한 신탁은 남은 가족에게 부담을 넘깁니다.
법무법인 존재는 신탁 설계를 세무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되, 그 설계가 훗날 유류분 반환 청구나 상속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법률적으로 점검합니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윤지상 변호사의 재판부 관점으로, 법원이 실제로 어느 지점에서 신탁의 효력을 문제 삼는지를 기준으로 설계를 살핍니다. 재산을 넘기는 방식만큼, 남는 가족의 관계를 지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유언대용신탁의 유·불리는 재산의 구성과 신탁 조건, 가족 관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설계에 들어가기 전에 개별 사안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의 약점을 보완하는 유용한 도구다. 다만 유류분과 상속세 앞에서는 만능이 아니며, 이를 함께 설계하지 않은 신탁은 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보다 항상 나은가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유언대용신탁은 방식 요건이 엄격한 유언장의 무효 위험을 줄이고, 생전부터 재산을 관리하며 조건을 걸어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신탁법 제59조). 다만 설정·유지 비용이 들고, 유류분과 상속세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재산의 규모와 구성, 가족 관계에 따라 유언장이 더 단순하고 알맞을 수도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으로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면 유류분을 피할 수 있나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대법원 확정 판례가 아직 없습니다. 최근에는 신탁재산도 유류분 반환 대상으로 보는 판결이 늘고 있어, 유류분을 무시한 신탁은 다른 상속인의 반환 청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민법 제1112조).
유언대용신탁을 하면 상속세가 줄어드나요?
줄어들지 않습니다. 위탁자가 사망해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이 이전되는 시점에 일반 상속과 동일하게 상속세가 과세됩니다. 신탁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이 감면되지는 않으며, 절세는 사전증여·공제 등을 별도로 설계해야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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